"사람들이 드론을 연상할 때면 대부분 장난감이나 배송 로봇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니어스랩은 드론을 '비행하는 컴퓨터'로 바라봅니다. 드론은 인간의 삶을 윤택하고, 편리하게 이끄는 동시에 인류를 안전하게 지켜줄 혁신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를 몸소 실현하고 있는 곳이 바로 니어스랩입니다."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최재혁 니어스랩 대표는 드론에 대한 독특한 시각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드론은 단순히 이동성에 중점을 둔 '작은 항공기'로 바라보는 관점 이상의 함의가 담겨 있다"며 "인공지능(AI)과 비행 기동성을 갖춘 드론은 인간이 수행하기 어려운 업무를 3차원 공간에서 수행하며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니어스랩(Nearthlab)은 2015년 설립된 자율비행 AI 드론 스타트업이다. '지구(Earth) 가까이(Near)'와 '연구소(Laboratory)'를 합쳐 사명을 지었다. '드론으로 세상에 새로운 시각을 더하다'라는 창업 가치를 표방한다. 최재혁 대표(CEO)와 정영석 최고개발책임자(CTO·부사장)가 공동창업했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만난 두 사람은 카이스트(KAIST) 항공우주공학 학·석사 과정까지 같이 밟은 죽마고우다. 잠시 떨어져 있는 시기도 있었다. 2011년부터 최 대표는 두산중공업 원자력발전소에서, 정 부사장은 위성 시스템 수출 기업 쎄트렉아이에서 각자 직장 생활을 했다. 그러다 2015년 의기투합해 니어스랩을 만들었다.

초기 사업 모델은 자율비행 드론 소프트웨어(SW)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수집·분석 서비스였다. 드론을 띄워 풍력발전기 안전을 점검하는 솔루션이 대표적이다. 최 대표는 "과거에는 풍력발전기 한 기를 살펴보려면 점검 요원 3명이 한 팀을 이뤄서 6~7시간씩 작업을 했지만 니어스랩 솔루션을 이용하면 한 사람만 있으면 되고, 작업 시간도 1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며 "이렇게 확보된 정보는 솔루션을 통해 정교한 분석 보고서로 만들어지는데 한눈에 이상 유무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대형 시설물을 밀리미터(㎜) 단위로 촬영할 수 있는 세심한 기술력과 폭우나 거센 바람이 부는 극한 상황에서도 인력 동원 없이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드론 기동성이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니어스랩의 기술력은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국내 풍력발전 단지 70%에 대한 안전 점검을 넘어 세계 3대 풍력 터빈 제조업체(지멘스가메사·GE·베스타스)를 모두 고객사로 두고 있다. 매출 80% 이상이 해외에서 나온다. 연내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호주 등으로 진출해 시장 외연을 더욱 넓혀 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니어스랩은 그동안 쌓아올린 드론 SW 역량을 기반으로 자체 드론 제작에도 나섰다. 고속 드론 '카이든(KAiDEN)', 소형 자율비행 드론 '에이든(AiDEN)', 차세대 드론 운영·관리 솔루션인 '드론 스테이션'이 그 결과물이다. 올해 니어스랩 목표는 독자 개발한 드론을 앞세워 방위와 공공안전, 산업 안전 등 3대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는 것이다. 이 가운데 니어스랩이 최근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방산이다. 최근 보안 문제로 중국산 드론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드론 전력화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니어스랩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니어스랩이 개발한 카이든은 표적 드론을 향해 최고 시속 250㎞로 날아가 직접 충돌하는 형식으로 적을 무력화한다. 가장 큰 장점은 가성비(성능 대비 가격)다. 최 대표는 카이든의 대당 단가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하드킬 방식의 드론 제품 중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높다고 전했다.

최 대표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드론 공격을 막기 위해 활용한 아이언돔(대공 방어 시스템)은 하루 비용만 1조8000억원이 드는데, 불과 대당 1000만원 내외인 드론을 막기 위한 기회비용으로는 과도하다"며 "10억원짜리 미사일 한 발이 아니라 100만원짜리 드론 1000대로 상대 드론 공격을 막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공공안전 분야에선 에이든과 드론 스테이션을 통해 시장 활로를 열 계획이다. 최 대표는 "재난이나 사고, 응급 상황이 발생할 때 드론을 활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사람이 직접 위험한 현장에 가지 않고도 드론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실종자 수색에 나서는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 공공안전 관리 효율도 높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니어스랩은 지난달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5에서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수상작은 '드론 스테이션'으로, 자율비행 드론을 완전 무인화로 운용할 수 있는 차세대 드론 솔루션이다. 드론 스테이션은 마치 전투기가 임무를 마치고 복귀해 정비할 수 있는 항공모함과 같은 존재다. 드론이 임무 후 복귀하면 자동으로 배터리를 교체 및 충전할 수 있고, 냉각기능이 있어 비행으로 과열된 기체 온도를 낮춰준다. 방진·방수 기능도 갖춰 악천후 속에서도 안정적인 임무수행을 지원한다. 최 대표는 "드론 스테이션을 통한 무인화는 물론 비행 허가를 획득하는 기능까지 포함돼 있어 일상적인 순찰은 물론 긴급 사건 발생 시 신속하게 출동할 수 있다"며 "공공안전 산업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겠다는 고민을 반영한 결과가 드론 스테이션 개발로 이어졌다"고 말했다.